GOOD AS NEW
- 음악 / 영상 제작
- zerotome
- 보컬
- 원재경
제작 노트
〈GOOD AS NEW〉는 서로의 자세를 고쳐 주는 작은 손길에서 출발했습니다. 옷깃을 펴고, 어깨를 내리고, 턱을 조금 돌려 주고. 한 사람의 자세가 편안해지는 동안 다른 몸은 어떤 무게를 받아내는가. 손을 떼었을 때 전이된 무게는 어떻게 남는가. 음악 속의 누군가에게도 무언가가 통과한 뒤에 뒷수습이 남습니다. 그 어긋나는 감각을 몸과 몸 사이로 옮겨 보고 싶었어요. 곡과 함께 가는 주제는 ‘관계 안에서 서로에게 옮겨 가는 책임의 무게’입니다.
본편에 앞서, 한 사람씩 면밀히 들여다보며 각자에게 맞는 움직임을 테스트했습니다. 리볼트 님의 액션 스쿨 친구들인 신나라, 장도희, 엄한나. 거기에 포매터즈 소속 무용수인 도재희, 문수빈까지. 각 인물의 성격과 태도를 읽고, 제가 상상한 움직임이 그 인물에게 맞는지를 보는 시간이었고요. 재희는 직선과 통제, 그 사이를 재즈와 그루브가 이어 주는 몸으로 상정했습니다. 수빈은 굵직한 곡선과 출력으로. 이 친구는 자기가 가진 힘을 충분히 쓰고, 멀리 보내는 쪽입니다. 나라는 두 발을 딱 버티고 서서, 큰 단위로 내지르고 던지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러면서도 통제적입니다. 미련처럼요. 왜인지는 모릅니다. 도희는 움직임 사이의 밀도가 높고 느린 호흡을 유지하는 사람으로 읽혔어요. 한나는 밸런스가 좋아서 팽이처럼 축을 가지고 노는 사람으로요. 확 기울었다가도 금세 자기 균형으로 돌아오는 에너지의 궤적을 읽었습니다. 같은 동작도 누구의 몸을 지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테니까요.
군무에서는 이 차이를 유지하는 것이 꽤 까다로웠습니다. 같은 춤을 추는데 다섯 명이 복제되어서는 곤란하니까요. 동작의 순서와 주요 박자는 공유하되, 힘을 쓰고 거두는 방식이나 팔의 궤적, 손끝의 마무리 같은 것들에 개성이 남아야 했어요. 관절 단위로 타이밍을 촘촘히 지정해 보기도 했는데, 생성 모델의 언어는 이게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 많아요. 여러 테이크를 비교하면서 큰 프레이즈와 장르의 문법을 먼저 잡고, 그 안에서 각자의 디테일이 살아날 여지를 두는 쪽으로 조정했습니다.
화면은 무조건 모노톤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얼굴과 손, 어깨와 옷이 겹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따라가기 좋거든요. 몸 사이의 간격과 힘의 방향에 시선이 집중되었으면 했습니다. 발끝에서 몸통으로, 회전하는 어깨에서 그 뒤의 다른 몸으로. 시선의 흐름을 설계하며 몇 번이고 그 화면 속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편집에서는 배속을 제법 많이 만졌습니다. 힘을 모으고, 내보내고, 풀렸다가 다음 움직임으로 넘어가는 순간들. 음악을 들으며 컷과 속도를 조정하고, 그 사이의 강약을 맞췄어요. 편집본을 정한 뒤에는 원본과 프레임을 대조해 컨폼하고,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짧은 디졸브와 엔딩 식자를 살렸습니다. 테이크마다 조금씩 달랐던 흑백 톤과 암부를 정리하고 도입 내레이션의 음량을 낮추는 것으로 마무리했고요.
암전에서 시작하는 ‘For matters that matter, we run on high voltage.’에는 포매터즈와 하이볼티지의 이름을 겹쳐 넣었습니다. 문장 가지고 노는 걸 참 좋아라 하거든요. 한국어로 풀자면, ‘중요한 것들을 위해, 우리는 고전압으로 움직인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굉장히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마지막으로, 작업 내내 특히 신경 썼던 것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개인이 잘 보일 것. 음악이 잘 들릴 것. 그리고 다섯이기에 가능한 것.


